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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업을 하게 됐나 본문

유료 매체 만들기

왜 사업을 하게 됐나

체크리 2016. 12. 26. 16:05

일단 이 점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사업을 하는 동기는 다양하다. 예전에 창업가를 취재할 때 만났던 대표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 단순하게는 돈을 벌고 싶어서. 좀 더 복잡하게는 좀 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평범한 월급쟁이가 되기는 싫어서, 기업가인 부모님처럼 살고 싶어서, 더 이상 남 밑에서 일하기 싫어서 등. 사업의 성패에 있어 동기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목표는 뚜렷해야 하지만 결국 사업은 실행이기 때문이다. 1년이 채 안 되게 창업 관련 취재를 했지만 목적의 선악, 사업을 왜 하게 됐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결국 성공이 무엇인가 정의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우리는 무엇을 성공이라고 정의하고 있나, 왜 사업을 하게 됐는지부터 돌이켜보자. 


나는 왜 사업을 하게 됐나.

발단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기사 한 꼭지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취재하던 내용이 기사화 됐는데, 관련 기업에서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정정보도와 더불어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물론 그 기업은 국내 제도권 언론사 대부분에 광고를 하는 큰 광고주 중 하나다. 당시 몇몇 매체에서는 실제로 사과문을 내고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그 때 그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매체 경영진은 놀라울정도로 의외의 반응을 보였는데, 오보가 아닌 이상 상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고, 전면 대응한다는 지침을 편집국에 내렸다. 

TF에 끌려가(;;) 일명 조지는(?) 기사거리를 찾아 헤매다 늦은 여름 휴가를 다녀오니 결사항전을 외쳤던 회사는 사과문을 냈고, 전투에서 패배한 심지 약한 장수들이 그렇듯 경영진은 비난의 화살을 내부로 돌렸다. 나는 회사 대처에 항의하다 내근직으로 발이 묶였다. 또 다시 지방으로 쫓겨났고, 이듬해 사표를 썼다. 버틸 줄 알았던 선배들이 그 다음 줄줄이 회사를 그만 뒀는데, 우리가 좋은 매체를 하나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다. 내 동기는 단순했다. 좋은 선배들과 일하면 더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참 단순했다. 


우리는 왜 사업을 하게 됐나. 

송충이가 솔잎을 먹는 이유는 솔나방이 솔잎에 송충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응?) 아니다... 우리가 새로운 매체를 고민한 이유는 송충이가 솔잎을 먹는 이유와 비슷하다. 다른 걸 먹으면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디어 회사를 만들기로 한 건 할 줄 아는 것, 잘 아는 분야가 이 쪽이라서다. 

이미 다양한 논지와 주제를 다루는 기존 매체가 있는데 왜 굳이 새로운 매체를 만들어 사업을 하려고 한 걸까.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지금은 대표가 된 선배가 우리만의 사업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2. 기성 언론에서는 우리가 그리고 있는 사업 모델을 실행하게끔 지원해주지 않을 것이 거의 분명하다.

3. 산업계에도 '정론지'라는 것을 한번 만들어 보자.

4. 광고나 협찬 같은 간접 수익이 아니라 콘텐츠나 서비스 자체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해보자.

5. 아직 없는 시장을 한번 개척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6. 이왕이면 우리끼리 뭉쳐보자.

7. 우리는 어차피 호구지책이 필요하다. 

멤버 모두 각자 '하고 싶은 이유'와 '해야 하는 이유'를 공유하고 순차적으로 합류했는데, 위의 6가지 이유는 거의 일치했다. 

가장 중요한 동기는 3, 4번이다. 우리가 세운 가설대로 실제로 광고주에 휘둘리지 않는 산업 매체가 유지종속하는 게 가능한지 알고 싶었고, 여전히 우리의 비전은 그런 매체를 만드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목표와 수익 모델은 계속 바꿔왔지만 여전히 '왜 사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수정하지 않고 있다. 

('신뢰할만한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독자에게만 배포한다'는 컨셉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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