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명
한국에서 유료 매체를 한다고? 본문
그렇다. 다들 이렇게 물었다. 특히 언론계에 종사하는 주변인들이 더 놀랐다.
"대한민국에서는 기사는 돈 주고 보는 게 아니야. 2만원짜리 신문도 구독 안 하는데 온라인 매체가 유료가 가당키나 하냐."
그렇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기사는 그냥 공짜로 봤다. 네이버에서, 다음에서...
"네이버, 다음이 이제 심사위원회 만들어서 울타리 친 거 알지? 그냥 거기 있는 매체 싸게 인수할 수 있는지 플랫폼이나 고민해봐. 네이버에도 안 올라가는 기사를 누가 보냐."
하지만 우리는 한번 해보고 싶었다. 진짜 대한민국에서 유료 매체는 살아남을 수 없는가. 광고 없이 읽을 거리만 제공하는 매체를 기대하는 독자는 없을까. 진심으로 궁금했다. 네이버에 뜨지 않는 기사는 아무도 읽지 않는 것일까.
그래서 올랐다. Who? 창업멤버들과 그 가족들. Where? 강화도 마니산. When? 제일 더운 날. Why? 사업 잘 되게 해달라고 고사 지내러.
아... 왜 그 더운 날을 창간일로 정했을까. 이 날의 더운 공기는 지금도 기억난다. 습도가 높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옷이 피부에 떡떡 달라붙던 그 무거운 공기...
그리고 '선배', '부장'이 아닌 '대표'가 돼서 그런지 힘이 펄펄 나던 대표가 날다람쥐 같은 경공술을 펼치는 바람에 창업멤버 중 한 명은 중간에 드러눕기까지 했다.
아무튼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마니산 참성단에 올랐고, 돼지머리 대신 들고 간 편육이랑 과일, 막거리 등을 펼쳐 놓고 누구에겐지 모를 절을 하고 주변 등산객들이랑 나눠 마시고 왔다. (산신령님 및 등산객님들, 여러 분의 성원 덕분에 저희가 지금까지 버티고 있나 봅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찬란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참 아련하다
1년 반이 흘렀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우왕좌왕, 좌충우돌, 허덕허덕, 꾸역꾸역, 때로는 신바람 나게, 때로는 슬픈 일도 겪고 지치기도 하면서 그렇게 회사를 꾸려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애저녁에 없어졌어야 할 회사와 매체가 어떻게 운이 좋아서 살아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존재해야 하는 매체와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건지. 장담 못할 원대한 계획들이지만 열심히 실현해보려고 노력할뿐이다.
지금까지 굵직한 일들을 늘어놔 보자면,
-유료매체 창간(온라인)
-일반매체 창간(온라인)
-유, 무료 세미나 각 1회 개최
-유료매체 회원가입자 수 OO명.
-그 외 부대사업
음 또 뭐 있지? 이 밖에 기억은 안 나지만 여러 일들이 있었다가 없어지고, 없었다가 생겼다.
기사 하나를 쓰는 것도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데, 회사 만들고 서비스 구축하는 건 오죽하랴. 문득 눈 떠보면 겨울이었고, 또 정신 차려보면 여름이었다. 또 다시 겨울이다. 사업은 어느정도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데 조직은 여전히 안정화가 안 됐다. 좁은 사무실에 인턴 포함 6명까지 북적대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멤버 수가 줄었다.
아직도 제대로 된 회사나 매체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우선 지금까지 했던 일들부터 정리하면서 뭘 잘 했는지 무슨 실수가 있었는지 다시 한번 따져보기로 했다. 포스팅 할 시간이 자주 좀 났으면 좋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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